큰절로 대시민 사과하는 백승조 남창원농협 조합장[촬영 김선경]
경남 남창원농협 마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이를 숨긴 채 사흘간 영업을 강행한 것과 관련, 대시민 사과에 나섰다.
농협 창원시지부 지역농협 중 하나인 남창원농협 관할 유통(마트)·금융점포를 총괄 대표하는 백승조 남창원농협 조합장은 11일 창원시지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해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백 조합장은 "어떠한 사죄의 말씀으로도 고객분들의 감정을 위로할 수 없다는 점을 안다"며 "조합장으로서 큰 책임을 느끼며 이 부분에 대해 방역 당국과 협의해 조금이나마 시민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이 전달될 수 있도록 조속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유사 상황 발생 때 "발열체크 등 방역수칙을 더 철저히 준수하고, 코로나 관련 정보 접수 때 고객용 밴드, 카카오톡 등을 통해 신속·투명하게 정보를 전달·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백 조합장은 이어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납품업체 소상공인들이 있는) 농협 구조상 단번에 문을 닫아서는 소상공인들한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했다"라거나 "다른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사례를 보고 영업을 이어간 것"이라며 사퇴 가능성은 일축했다.
그러면서 "사퇴까지는 생각해본 적은 없고 이번 주말까지 방역 당국과 협의해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의논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합장이 직접 사과에 나선 것은 마트 측이 지난 5일 일부 고객만 가입한 네이버 밴드를 통해 '남창원농협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명의로 '고객 사과문'을 낸 지 6일 만이다.
이는 마트발 집단감염 발생을 둘러싼 지역사회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백 조합장도 "밴드 등에 사과문을 전달해서 기자회견까지는 (생각을 못했다. 저를) 평범한 시민으로 생각해서 그렇다.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하고 늦어서 미안하다"고 발언했다.
마트 측은 지난 2일 1명→3일 6명→4일 6명(가족 1명 확진 별도) 등 매장 안에서만 13명의 확진자가 쏟아진 뒤인 4일 오후 6시께가 돼서야 영업 중단을 결정했다.
마트 방문자도 코로나19 진단검사 대상자(7월 26일∼8월 4일, 시 추산 2만∼3만여명)에 포함되면서 영업 중단 다음날인 5일 하루 검사 폭증으로 인한 선별 임시진료소 일대 혼란이 이어졌다.
단기간 검사 폭증으로 인한 불편과 마트발 지역사회 감염 확산의 책임이 시와 마트 모두에게 있다는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지난 9일에는 언론 보도를 통해 마트 측이 최초 확진자 발생 직후인 3일 "영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직원 입단속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마트 측을 상대로 진단검사 비용 등을 청구해야 한다거나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견마저 나온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 겸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오전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직원 중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는 와중에도 사흘간 영업을 강행"했다며 남창원농협 마트를 강하게 비판했다.
권 1차장은 "이는 우리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구상권 청구를 비롯해 취할 수 있는 모든 행정·법적조치를 즉각 시행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하면 마트 측의 거듭된 사과가 화난 여론을 달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설상가상 마트 관련 집단감염은 n차 감염으로 이어지며 이날 오전 현재 누적 55명으로 현재진행형이다.
마트 측은 매장 직원 180여 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간 만큼 오는 17일까지 임시 휴업을 연장한 상태다.'
마트 측이 지난 5일 낸 고객 사과문[마트 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