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오후 8시까지 돌봄과 방과 후 교육을 제공하는 초등 '늘봄학교'를 도입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교육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안정적인 돌봄과 방과 후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모가 일찍 퇴근해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교사와 돌봄전담사 등은 업무가 늘고 돌봄과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 학부모들 "프로그램 다양화 필요…근본적 대책은 일과 삶의 균형"
4학년과 2학년에 올라갈 아이들을 키우는 직장인 김모(41) 씨는 교육부가 9일 늘봄학교를 추진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제도는 촘촘하고 많을수록 좋다"며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그는 남성 육아휴직을 늘리거나 업무시간을 줄이는 것도 좋지만, 수입을 유지해야 하는 가정도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가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5살, 3살 딸을 둔 변호사 류모(39) 씨는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보육'만 생각한다면 좋은 조치인데 학원에 가지 않아도 학교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체험과 교육이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생이 되면 단순히 아이 먹이고 쉬게 할 곳을 찾는 걸 넘어 학원에 데려다주고 아이 일과를 챙기느라 퇴사하는 엄마들이 많다"며 "학원을 대체할 옵션이 있어야 워킹맘들의 퇴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늘봄학교 같은 정책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며 중장기적으로는 가정돌봄 시간을 늘릴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기업에서 근무하는 서모(40) 씨는 "아이가 학교 울타리 안에서 몇 시간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워킹맘들에게 너무도 다행"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남성 육아휴직이나 시차출퇴근제처럼 부모가 아이와 더 오래 있을 방안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씨는 "사기업이 뒤따라오지 않으면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출산율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며 "공공부문에서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좋지만 이미 있는 정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사기업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지적을 예상한 듯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늘봄학교가) 가정돌봄과도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노동·복지·가족정책의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교육현장, 업무 과중·프로그램 질 저하 우려
돌봄과 방과 후 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될 강사 등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여러 가지 우려를 표했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성명을 내 "성장기 아이들이 지나치게 가정과 분리돼서는 안 되고, 학부모들의 노동시간을 개선하는 근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