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14일 저마다 다른 콘셉트로 공개 행보를 시작하며 경선 레이스의 개막을 알렸다.
우선 이재명 예비후보는 인공지능(AI)을 내세우는 성장 행보로 스타트를 끊었다. 첨단기술과 성장을 전면에 앞세우며 '유능한 후보', '준비된 후보'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안정감을 부각해 중도층 표심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예비후보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민간투자의 마중물이 돼 AI 관련 예산을 선진국이 넘는 수준까지 증액하겠다"며 "이를 통해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고 'AI 세계 3대 강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 발표 직후에는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AI'를 방문했다.
퓨리오사AI는 올해 초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독자 개발 프로젝트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주목 받은 한국 AI 기업이다.
이 예비후보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점을 깰 기대를 받는 토종 기술력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백준호 대표 등과 간담회를 통해 첨단 산업에 대한 국가 주도 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예비후보는 "우리나라가 AI 분야에서 계속 뒤처지고 있다는 걱정을 국민들이 많이 하고 있는데 퓨리오사가 그렇지 않다는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며 "국가 공동체가 어떤 역할을 통해 AI 사회에 대비해 나갈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비교적 편안한 차림을 한 이 예비후보는 회사 관계자들에게 먼저 농담을 건네는가 하면, NPU 칩을 직접 들어보이며 관심을 나타냈다.
비명(비이재명)계 주자들은 당 경선 규칙(룰) 관련 잡음 속에서 각자 다른 행보를 보였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오후 청년들과 만나는 공감 콘서트를 갖는다.
김 지사는 앞서 지난 9일 미국 관세 대응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인천공항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12일 귀국해, 이날 청년 콘서트로 본격적인 대선 경선 일정을 시작하는 셈이다.
경제 관료 출신인 김 지사는 경제 전문가로서 혜안과 현 경기지사로서 도정 경험을 바탕으로 유권자, 특히 청년에게 직접 다가가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 기반은 이 예비후보에 비해 약한 만큼, 기존 정치권의 문법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강점을 내세워 차별화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다만 김 지사는 국민참여경선 룰과 관련해서는 오전 CBS 라디오에서 "원칙과 전통이 파괴되고 있고 후보자 간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반발하며 당 중앙위원회 투표가 끝난 뒤 오후에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캠프 안팎에서는 경선 참여 자체를 재고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경한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전날 세종에서 출마 선언을 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김대중(DJ)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김 전 지사는 오후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이어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다.
자신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모두에 몸담았던 민주당의 '적자'라는 정체성을 강조해 타 후보와의 '적통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김 전 지사 측은 "3대 민주 정부의 경험을 바탕으로 통합과 연대의 새 민주 정부를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전 지사는 여의도 경선 캠프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전날 출마 선언에서 밝힌 행정수도 세종 이전, 연합정부(연정) 구성 등에 대한 생각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김두관 전 의원은 이날 일정을 모두 비운 채 거취를 고민하고 있어, 경선 불출마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