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 속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검찰 고발이 잇따르며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이날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대법관)과 김세환 사무총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법세련은 "유권자가 행사한 소중한 투표지를 입구가 훤히 열린 종이박스, 쓰레기봉투 등에 담아 허술하게 이리저리 이동시킨 것은 후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경악스러운 선거 부실이자 헌법 유린"이라며 "이런 위법한 절차를 결정한 노 위원장 등을 수사해달라"고 했다.
전날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비슷한 내용으로 노 위원장을 대검에 고발한 데 이어 이날 오후에는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고발을 예고하는 등 시민단체들의 수사 요구가 빗발치는 모양새다.
대검 등이 접수한 고발 사건은 선거·정치 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경근 부장검사)에 배당될 전망이다. 본격적인 수사는 대선 이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은 사전투표 둘째 날인 지난 5일 전국 곳곳의 투표소에서 확진자 사전투표 운영·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항의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확진자 사전투표는 격리 대상 유권자들이 투표용지와 봉투를 받아 별도 장소에서 투표한 뒤 선거사무보조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보조원이 취합한 투표용지가 쇼핑백이나 바구니 등에 허술하게 보관되거나 특정 후보가 기표된 투표용지가 배포되는 사례 등이 나왔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논란 하루 뒤 배포한 입장문에서 "임시 기표소 투표 방법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라며 "모든 과정에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을 보장해 절대 부정의 소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권자가 직접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못한 것 자체가 이미 헌법의 직접·비밀투표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는 여야 정치권 등의 비판이 계속됐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유감을 표명하는 등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노 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선은 본 선거 대책 마련에 집중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대선 당락이 근소한 차이로 갈릴 경우 사전투표 부실 관리로 인해 확진·격리자 투표분을 놓고 부정선거나 불복 시비가 벌어질 여지가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36.93%라는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이 도리어 '선거 불신'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오후 6시 40분께 부산 연제구 연산4동 제3투표소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에서 일부 유권자가 새 투표용지가 아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에게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받았다.
사진은 당시 유권자가 현장에서 찍은 투표지. 사진에는 임시 투표소 바닥에 깔린 파란색 천막과 방호복을 입은 투표소 현장 관계자의 모습도 나와 있다.
이 투표용지는 1번과 2번 후보에 기표된 상태였고 세로나 가로로 접힌 자국이 선명했다.
경위를 밝혀달라는 유권자 항의가 이어지자 투표소 측은 "다른 확진자들이 투표한 용지를 투표함에 넣었어야 했는데 모르고 다시 나눠줬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투표소 측은 특정 후보가 찍힌 채로 잘못 배부한 투표용지 6장은 투표함에 넣어 유효표로 처리하고, 기표된 투표용지를 받은 6명은 다시 신분 확인을 거쳐 투표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