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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까지 2주…법조계, 준비 부족·혼란 우려

   

산안법보다 의무 주체·내용 포괄적…사업주 '1년 이상 징역' 처벌 규정 일선 검찰 지청 노동 전담 부서 없어…"예측 …

2022.01.13 09:3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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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관련 긴급토론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관련 긴급토론회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종사자의 안전권 보장이라는 긍정적인 취지에서 출발한 법이지만, 법조계에서는 법 자체의 모호성과 현실적 어려움으로 산업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산업안전보건법과 같은 듯 다른 조항…의무 주체·내용 포괄적 명시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에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종사자의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담겼다.

언뜻 보면 '사업주가 종사자의 안전과 보건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한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 법의 해석과 적용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의무 주체가 다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의무 주체를 '사업주'만으로 한정했지만, 중대재해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주체로 명시됐다.

복수 사업 부문의 대표가 각각 별개로 있는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중요한 경영상 의사결정이나 실질적인 권한 행사를 총괄 대표가 하는 경우 경영책임자로 판단할 수 있다. 등기상 대표로 등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오너'에 해당한다면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의무 내용에도 차이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반면 중대재해법은 종사자의 안전과 보건을 '확보' 해야 한다는 포괄적인 의무 내용이 명시됐다.

처벌 규정도 차이가 뚜렷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종사자 산재 사망 시 사업주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 법인은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반면 중대재해법은 종사자 사망 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에게 50억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처벌 수준이 훨씬 높아진 것이다.

[그래픽]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추이
[그래픽]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추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브리핑을 통해 "2020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잠정 집계한 결과 882명으로, 2019년에 비해 27명 증가해 다시 증가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 시행 직후 사건 쏟아질 텐데…수사기관 역량·인력 부족 우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828명이었다. 노동부는 올해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는 만큼 사망자 숫자가 700명대 초반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렇게 되더라도 날마다 2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법안 적용 유예 대상인 50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해도 사망 사고는 수백 건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법안 시행 수일 내에 중대재해법 위반 '1호 사건'이 발생하고, 이후 2호 3호 사건들이 연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문제는 쏟아지는 사건들을 소화해야 하는 수사기관의 인력과 경험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으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현장 관리자에서 시작해 윗선으로 이어지는 보고·결재 과정 전반의 증거를 확보하고 법리적 해석과 판단을 내려야 한다. 사실상 '기업 수사'에 해당하는 만큼 수사 노하우와 높은 법학 지식이 요구될 것으로 보이지만, 1차 수사를 맡은 고용노동부는 아직 이러한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 수사에 밝은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기존에 고용노동부가 해오던 행정 처분과 앞으로 진행해야 할 사법적인 수사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라며 "절차적 적법성이나 정당성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용노동부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아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검찰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건설·산업 현장 대다수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산재해 있어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 역시 대부분 지방 검찰청이나 지청으로 송치될 가능성이 높은데, 일선 지청에 이러한 사건들을 다룰 인력이 부족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검찰 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직접 수사 부서인 특수·공안부를 대폭 축소했다. 거듭된 직제개편 끝에 현재 대부분의 지방청에는 노동 사건 수사를 담당하던 공안(공공수사)부가 사라졌고, 형사 말(末)부가 기존 특수와 공안 사건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일선 지청의 경우 형사 말부의 인원수도 적고, 소속 검사들의 전문 분야도 특수와 공안으로 나뉘어 있어 실제 노동 수사 전문가는 한두 명에 불과하다"며 "이렇게 적은 인력으로 사이즈가 큰 중대 재해 수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중대재해 처벌법 (CG)
중대재해 처벌법 (CG)

◇ 법안 곳곳 모호한 규정…"소송 늘어 사회적 비용 커질 것"

경영책임자의 의무나 책임을 규정한 중대재해법의 조항들이 너무 모호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원·하청 관계에서 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시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나 파견근로자를 상시근로자로 볼 것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도 각기 다르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240여 페이지에 달하는 해설서를 배포했지만, 여전히 곳곳에 '충분한 비용', '적절한 조치' 등 표현이 있어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판례가 쌓이다 보면 법안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상당한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

기업의 경영책임자가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경우 수사는 물론 재판도 길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법원의 판단이 충분히 쌓이려면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로펌들이 밀집한 서초동에는 최근 들어 중대재해법 시행에 앞서 현장 준수 사항들을 정비하고, 처벌을 피하기 위한 조언을 요청하는 기업들의 의뢰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로펌들도 이 같은 자문 수요에 맞춰 전담팀을 구성하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비롯한 대규모 로펌들은 지난해부터 중대재해 대응 전문 그룹을 구성, 기업 자문과 현장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로펌들 역시 불명확한 조항들과 부족한 판례로 자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법은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데, 중대재해법은 사실상 '노동 형법' 임에도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며 "법안이 시행되고 나면 이로 인한 소송과 갈등이 대폭 늘어나고,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과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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