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면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차기 정부에 수산업계의 숙원을 건의하기 위해 지난 한 해 어촌 현장의 요구와 목소리를 반영해 4개 부문에 걸쳐 26개의 정책과제를 발굴했다. 수산업을 이끄는 전국 어업인과 회원조합을 대변하는 조직으로서 이들을 대표하여 국가적 지원을 이끎으로써 수산업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수협중앙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시급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기후변화다. 바다 수온이 해마다 급변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며, 전체 수산물 생산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연근해 수산물 생산량은 최근 50년 사이 40% 넘게 줄었고, 양식 수산물 역시, 지난해 1,500억 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피해액이 나왔다. 기후변화가 더욱 심화될 경우, 어가 경영의 지속성이 상실되는 것을 넘어 생산 부진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국가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고 본다.
어촌 현장에서는 잡는 어업과 기르는 양식업에 대한 대규모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현재 자원량에 비해 어선 세력이 많은 연근해 어업에 대해선, 어획 강도를 줄이는 조치를 통해 불균형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 동시에 어선을 대형 및 현대화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조치도 필요하다.
60여 년 전, 어선 수가 지금의 우리나라와 비슷한 규모였던 노르웨이도 이와 같은 강도 높은 감척 시행을 통해 척당 어획량은 400여 톤으로 1990년대 보다 생산성이 2~3배 증가했다. 우리(20여 톤)보다 20배나 높다.
양식업에 대해서는 각종 재해로 재산적 피해를 입은 경우, 양식보험제도의 충분한 보상을 통해 재기할 수 있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현재 양식장의 높은 투자비용으로 인해 어가가 감당하는 보험료는 농작물보험의 5배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국고나 지방비 보조를 통해 보험료가 지원되고 있으나, 가입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양식어가의 경영안정과 안정적인 생산활동을 보장하는 양식보험의 제도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국고지원 확대를 통한 가입률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잡고 기르는 것이 급격히 바뀌고,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이와 같은 요구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견인하는 혁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산물 수출이 계속 성장 중이다. 수협이 이바지하고 있는 점은 무엇인가?
현재 해외 8개국 11곳의 무역지원센터를 통해 국내 수산업체의 수출을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국제박람회와 무역상담회에서 국내 기업과 해외 바이어 간 성사시킨 수출 계약 등의 실적은, 역대 최대규모인 8,800만 달러로 우리 돈 1천억 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2022년(3,600만 달러), 2023년(4,500만 달러)보다 각각 144%, 95% 증가한 수치다.
무역지원센터 기능을 지금보다 더욱 확대한다면, 30억 달러 수준의 전체 수산물 수출 외연을 확연히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협은 이를 위해, 수출 성장 가능성이 높으면서 아직 센터가 설치되지 않은 중동, 오세아니아, 남미 등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올해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운영비용 증가로 적극적인 지원 업무를 이루어 나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 수산물 수출이 어업인 신규 소득 창출을 넘어 기업 이익과 국가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되는 수산업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되려면, 국가적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
수산물 수출에 비해 내수는 침체된 측면이 짙다. 수산물 소비를 진작할 수 있는 방안은?
수산물이 국민의 건강한 일상을 나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부분을 개선시키는 것에 있다.
명절과 사계절 제철 수산물을 알리는 방송캠페인을 올해 처음으로 추진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TV에 수산물을 소개하고 먹는 장면이 자주 나와야 자연스럽게 소비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국 회원조합에서 생산하는 대표 수산물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 지원을 지난해부터 계속 이어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지역별 수산물 맛집과 요리를 발굴하는 숏폼 공모전을 통해 수집한 영상들을 SNS채널을 통해 홍보함으로써 대국민적 관심도도 높여나갈 것이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2025년 3월 18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무역사업소 개소식에 참석하고 있다.
무역사업소는 해외 현지에서 국내산 수산물을 직접 수입해 유통하는 사업으로 수협중앙회가 처음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과 수산물 홍보대사 개그맨 남희석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산물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는 공익방송 캠페인 영상이 2025년 1월 20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노량진 유휴부지 개발을 재개했다. 그 이유와 추진 방향은?
서울시와 동작구 모두 노량진 부지 개발에 대한 지원 의사가 뚜렷하고, 또 부동산 시장에 대한 회복 신호가 확인돼 사업을 재추진하게 됐다. 올해 초에는 민간 공동개발사업자 선정을 위한 자문용역도 재개했다. 현재 사업자 공모를 위한 지침서를 작성 중이며, 해수부 승인과 협의를 거쳐 올해 중 공모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
이후에는, 선정된 사업자와 함께 프로젝트회사를 설립 후 이 회사의 주도로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개발에 대한 큰 그림은 노량진 일대를 수산 클러스터로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협중앙회 본사 이전은 물론, 수산 관련 단체, 수산물 가공·유통 스타트업 기업, 수산식품 연구센터 유치도 고려하고 있다.
또한 대형유통업체 참여를 유도해 해당 업체와 수산물 판매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국내산 수산물 소비 기반도 조성할 것이다. 또, 새로 지어질 복합시설과 노량진시장과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연결통로 설치와 상호 연계형 할인제도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개발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오로지 복합적인 위기에 놓인 수산업과 어업인에 쓰이도록 하겠다.
지난해 일선수협 경영실적이 악화됐다. 중앙회에서는 어떻게 대응 중인가?
일선수협이 금리와 같은 외부요인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건전하고, 우량한 자산을 다수 보유함으로써 체력을 탄탄히 만드는 게 장기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경영정상화에 가장 필요한 조치다. 그래서 대출과 관련한 다량의 경험과 우수한 인적 인프라를 보유한 수협은행이 취급하는 대출에 회원조합이 참여할 수 있도록 상생협약대출이라는 새로운 대출 지원제도를 만들었다.
수협중앙회가 직접 실행하는 대출에 대해서도 회원조합이 함께 할 수 있는 연계대출도 처음으로 도입했다. 특히, 규모가 큰 대출에 대해 부실이 발생할 경우, 회원조합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거액대출에 대해서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 여신심사 인력이 사전검토하는 제도도 시행중에 있다.
그리고, 부실채권 정리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달 부실채권 정리 자회사인 수협 엔피엘대부회사에 대한 금융당국 등록 절차가 마무리되어 정식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이제 분기별로, 부실채권을 매입함으로써 자산 정리에 속도를 낼 것이다. 이 밖에도 조합 자체매각 활성화는 물론, 연체율이 급증한 조합에 대해서 지속적인 대책회의와 특별 현장 점검을 통해 연체 관리에도 총력을 다해 나갈 생각이다.
어업인 보호 중심의 해상풍력 특별법이 마련됐다. 하지만 법 제정 전 기존에 허가받은 사업자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
특별법 제정으로 그동안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추진하던 개발 방식이 정부 주도하에 적합한 입지를 발굴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그 과정에 어업인 등 주요 이해관계자의 의견은 민관협의회를 통해 제도적으로 보장을 수 있게 됐다.
무분별하게 추진되던 해상풍력에 어업인과 수산업을 보호하는 근거가 생겼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미 허가를 받은 기존 사업장에 대한 처리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지금까지 허가받은 기존 사업장 대부분은 어업활동보호구역에 터를 잡고 있어 입지가 적정한지에 대한 재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정책적 지원을 통해 이들을 특별법 체계로 편입시켜야 하는데, 앞으로 하위법령 제정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을 적극 건의해 나가겠다.
남은 임기 동안 반드시 추진하고 싶은 일은?
기후변화 대응이나 회원조합의 경영정상화 문제도 중요한 사안이지만, 어업인에게 국가적 제도나 예산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너무나도 많은 상황이다. 그래서 전국 어촌 현장을 찾아가며 들었던 어업인의 요구인 수산정책과제가 조속히 해결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 과제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어업인을 위해 존재하고 일하는 수협중앙회 본연의 역할이기도 하다. 지금보다 수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국가의 재정이나 제도에 의한 지원도 더욱 많아지도록 주어진 제 소임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