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께서 본 석유협회 업체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지향하는 비전과 경영, 관리하는 신념은?
석유협회는 1980년에 오일쇼크 위기상황에서 국난극복을 위한 구심적 역할과 안정적인 원유공급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정부와 업계간 가교역할을 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지금은 협회가 창립된지 40년이 훌쩍 지났고, 그 사이 IMF, 리먼사태, 코로나 팬데믹 등 숱한 위기를 겪었지만 석유 수급차질을 겪은 적은 없었습니다.
정유사들이 안정적으로 원유를 도입하고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성실히 해왔으며 협회도 정유사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 했습니다.
제가 지난해 10월에 취임하여 그 동안 업무보고를 받고 파악을 해보니 석유협회가 고유가 상황과 같은 석유산업 현안과 관련하여 정부와 업계간 활발한 소통창구로서 협회의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희 협회는 회원사의 권익보호를 위해 협회 구성원이 "전문성으로 혁신하고, 상호배려로 협력하며, 책임감으로 공헌"한다는 협회훈이 있어 규모가 적은 조직임에도 직원들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적은 조직일수록 더욱 단단히 결속이 되어야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구성원 개개인이 인화와 단결을 토대로 겸손·겸양하는 자세로 조직에 기여하고 자신을 발전시켜, 협회 내부 뿐만 아니라 회원사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것입니다.
다양한 이슈들이 있어서 한마디로 답변드리기가 어렵지만, 석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사항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나라가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비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석유산업에서의 위치는 석유강국에 해당합니다. 원유 정제시설 규모는 세계 5위로서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다음이 우리나라이며, 우리보다 지정학적 위치나 산업구조 등 제반 여건이 유사한 일본(6위)보다도 앞서 있습니다.
우리 정유사는 뛰어난 정제능력을 기반으로 아시아 역내 뿐 아니라 호주, 미국 등 전 세계에 석유제품 수출도 늘려 나가고 있고, 지난해의 경우 570억 달러를 수출해 국가 주요 수출품목중 반도체에 이어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정제경쟁력이 뛰어나 국가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유사 매출액중 수출비중은 56%에 이르고, 원유도입액 955억달러 중 60%를 수출로 회수하고 있습니다.
한편 석유산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에 해당하여 투자규모가 곧 경쟁력으로 작용하는데, 최근에는 중국, 인도, 중동 등에서 정제설비의 신증설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데다, 글로벌 환경변화로 인해 친환경 제품(SAF)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조세제도나 규제변화가 필요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후발 주자들로 인해 우리의 정제경쟁력이 뒤쳐지기 때문에 국내 정유사도 이에 맞춰 설비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이를 촉진하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 마련이 필요합니다. 또한 석유류 관련한 불합리한 세제*나 제도**도 개선해서 정제경쟁력을 높여나갈 필요도 있습니다.
최근 화석연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인식되는데 석유산업의 미래에 대한 어떤 모색이 이뤄지고 있는가?
UN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 상태로 하자는 '넷제로' 선언을 해야 한다고 권고하여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하였습니다.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정부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마련하고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산업, 발전, 수송 등 각 부문마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거나 온실가스 배출저감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저희 업계도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장 열원을 저탄소 연료로 전환하거나 에너지효율을 고도화하고,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포집해서 활용 혹은 저장하는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는 별도로 정유사에서는 기존 석유사업 이외에도 친환경 연료공급, 수소, 석유화학 등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기존 석유사업 중심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한편 2050년경에도 석유수요는 여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장기 석유수요전망치를 발표하는데, 두 기관 모두 에너지전환 추세에도 불구하고 2050년까지 석유수요 하락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OPEC은 비OECD국의 석유수요 증가로, IEA는 석유화학 등에서의 수요증가로 2050년까지 석유수요는 1억b/d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에너지 기관에서는 탄소중립의 핵심적인 수단인 재생에너지가 아직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지 못했고 인프라 구축 및 시간, 비용 등 고려시 석유수요는 쉽사리 줄지 않을 것으로 분석합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석유수요는 탄소중립 추구에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석유산업은 서민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데 정유사들이 이익을 덜보고 석유시장에 훈풍 즉 저렴하게 공급하며 상생하는 길의 가능성은?
석유는 가격변동이 국민 피부에 즉각적으로 느낄만큼 소비자 민감도가 높은 품목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들, 가난한 나라, 부자나라 할 것 없이 모든 나라들이 겪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국가가 석유자원과 국영석유기업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중동과 같은 산유국에서는 정부가 국민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직접 가격을 정하고 보조금을 지급해서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지만, 석유기업이 민영화 된 나라에서는 정부의 가격조정 수단은 유류세 인하 외에는 없습니다.
한편 우리 정유사들은 국민들에게 고품질의 석유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도 OECD국가들중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여 에너지공급업자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기준 우리나라 휘발유 세금제외 가격은 조사가능한 23개 OECD국가들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23위에 있습니다. 2021년에도 23위였고, 지난해에는 21위였습니다.
정유업계의 '07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평균 영업이익률도 1.8%로 제조업 평균인 6.5% 대비 극히 낮아서 더 이상 이익을 줄일 여력이 없는 상황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목적은 영리추구로서, 반드시 이익을 내어야 고용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잉여 재원으로 미래를 위해 재투자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을 덜 보라는 말은 공정과 상식에도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부는 기업이 법과 제도에서 정한 테두리 안에서 정상적인 이익을 내는지, 가격이 적정한지를 모니터링하고 업계내에서 유효경쟁이 일어날 수 있도록 심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석유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동력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중요한 산업이라도 국민의 지지와 격려가 없고 비난 일색이라면 구성원들이 힘이 나지 않고 발전하기 어렵다 생각합니다.
기름값이 국민들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보니 고유가 시기에는 정유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매우 안타깝게 느끼고 있습니다.
정부나 국민이나 언론 모두 국가 기간산업인 석유업계에 대해 편견없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잘못 할 때는 애정어린 비판을, 잘 할 때는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히 최근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고 수출과 투자 여건이 좋지 않아 우려가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수출이 8개월 연속 마이너스이고 무역수지는 15개월째 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기업 활력제고와 공정경쟁 여건 마련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석유산업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며 각종 국제 무역·환경 규제를 따르는 글로벌 산업으로, 대내외 환경에 대응하며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석유산업이 국민에게 사랑받고, 에너지전환시기에도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서 국가와 사회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