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중앙회_노동진 회장
기후변화로 어획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2023년에는 수산업계가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수산물 소비’에 큰 어려움이 닥쳤다면, 반대로 2024년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수산물 생산’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기르는 양식수산물 폐사가 급격히 늘고 있고, 바다에서 잡는 연근해 수산물 또한 어장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어업인의 재산 피해가 막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어업인의 생계 문제를 넘어, 국민의 먹거리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이 문제에 제때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어획량이 크게 줄게 된다면 물가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국민과 국가 전체적으로도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수협은, 이와 같은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고자 자체적으로 조합장, 전문가그룹으로 구성된 기후변화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 그리고, 효율적 업무 추진을 위하여 중앙회 주요 책임자가 참여하는 기후변화 대책 TF팀을 구성하여 운영중에 있다. 이 팀을 통해 먼저, ‘기후변화 대응 기본 방향 및 어업인 지원 논리 수립’ 등 세부사항에 대해 자체 연구를 조만간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현장의 의견들을 수렴하고 연근해와 양식업 전반에 걸쳐 해당 지역에 적합한 수산업 체질 개선방안과 어업인 종합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또한, 세부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현안을 반영하여 수산업 관련 법규,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정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구체적인 어업인 지원방안을 산정해 나갈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한 수산현안 발굴 및 공론화를 통해 이와 같은 방안이 실제로 제도화되고, 국가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나가겠다.
금융시장 여건 악화로 회원조합 실적이 부진하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지금 회원조합에서는 금리가 크게 인상되면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차주도 늘고, 또 부동산 시장도 좋지 않아 연체가 커져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쌓인 부실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대외 신용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부실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는 자회사인 ‘수협엔피엘대부’ 법인을 2024년 10월 말 설립했다. 이제, 금융감독원에 대부업 등록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3천억 원대 연체 채권을 자회사를 통해 매입 및 매각하는 절차를 거쳐 회원조합의 자산 건전성을 높여 나가는 데 집중해 나갈 것이다.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마련한 500억 원을 출자한 데 더해, 2025년에도 매입 여력 확보를 위해 500억 원을 추가로 출자함으로써 부실을 조속히 정리해 나갈 생각이다. 중앙회의 자금지원도 대폭 상향해 조합의 경영 정상화를 돕겠다. 이를 위해 내년 사업계획에 조합자금 지원 규모를 올해보다 700억 원 높인 2,500억 원(무이자 2,030억, 유이자 470억)으로 편성했다. 늘린 자금 모두는 무이자로써, 경영상태가 악화된 조합의 자립 경영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2023년 530억 원에 불과했던 이 자금이 1,500억 원으로 증가하여 2,030억 원으로 규모가 대폭 확대된 것이다. 그리고, 그리고, 대출에 대한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여신 규모와 경험이 풍부한 ‘선도조합’과 영세한 ‘발전조합’을 1:1로 매칭해 공동으로 대출하는 상생협약대출도 더욱 확대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수산물 소비 촉진은 수협의 지상과제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국내에서 주로 소비되는 우리 수산물에 대한 판로를 해외로 더욱 넓히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수협에서는 전 세계에 포진된 무역지원센터를 통해 국제박람회 및 무역상담회에서 수출기업과 해외 바이어 간 역대 최대 실적인 600억 원에 이르는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K-문화 확산을 계기로 우리 수산물에 대한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이런 좋은 성과를 달성하는데 큰 몫을 차지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국내 수산물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이런 좋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 유럽에 처음으로 파리에 무역지원센터를 추가로 개소했다. 이로써 센터가 총 8개국에 11개소로 늘었지만, 중화권에 4곳이 편중되어 있어 수출 확대에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중화권 센터 중 일부를 내년에 수산물 수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동, 남미 등 새로운 국가로 이전을 추진함으로써 앞으로 국가별로 차별화된 수출전략을 수립해 지속적으로 수출기업의 계약 성사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또한, 어업인과 회원조합이 생산한 제품을 해외에 잘 팔아주기 위한 지원도 강화할 것이다. 현재 무역지원센터가 국내 수산업체의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면, 내년부터는 이와 더불어 해외 무역사업소를 설치하여 우리 수산물을 수출하고 현지에서 직접 유통하는 사업을 처음으로 추진한다. 첫 국가는 활수산물 수출 증가세가 높은 일본으로, 일본 내 수산물 도매 및 유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오사카를 대상지로 고려하고 있다. 이 기반이 잘 잡혀가면 전복, 넙치, 붕장어 등 활어 뿐만 아니라 선어와 냉동수산물로 사업영역 확장을 검토해 나갈 것이다. 그러면 회원조합 양식수산물 판로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회원조합 브랜드 제품을 상시적으로 판매하고, 시식하는 ‘수협존’을 2024년에 처음으로 홍콩과 미국에 4곳을 열었는데, 내년에 2개소를 추가로 열 예정이다. 또한 수협 제품 취급 수요가 높은 국가를 대상으로 ‘수협팝업존’도 운영해 ‘수협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 나갈 생각이다. 수산물 소비 내수 진작을 위해 군 급식 공급망 확장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군 급식 정책을 주도하는 육군본부와 ‘수산물 소비촉진’ 업무협약을 신규 체결해 병력 감소와 민간위탁 급식 확대에 따른 물량 감소에 대응할 방침이다. 푸드트럭이나 조리사 초빙 등 방법으로 특식을 제공하는 ‘지역상생장병특식’ 사업에도 처음으로 참여함으로써 연중 활어회, 회초밥 등을 군부대에 공급할 것이다. 이는 수산물 먹기를 꺼려하는 젊은 장병의 선호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의뢰인을 직접 찾아 대량의 식사를 대접하는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백패커’를 본떠 초빙된 전문조리인력과 민간조리원이 전 부대원에게 수산물 위주 식사를 제공하는 ‘수협 백패커’ 사업도 신규로 추진할 계획이다.
기후변화로 해상풍력 발전사업도 가속화되고 있다. 분명 조업에 방해가 될텐데, 이 문제를 어떻게 보나?
많은 국가에서 친환경 에너지 발전으로 전환하고 있듯이 우리나라도 국가 정책상 해상풍력이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면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업인의 의견을 제대로 구하지 않고 진행하는 현재의 개발 방식에는 정말 문제가 많다고 본다. 이게 다 해상풍력을 민간에게 맡겨서 벌어진 일이다. 체계적인 계획 없이 민간 주도로 진행하다 보니, 지금 전국에 추진되고 있는 규모가 정부 목표보다 2배가 넘을 정도로 과잉상태가 됐다. 심지어 해상풍력 허가를 받은 대부분이 황금어장으로 분류된 곳인데,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결국, 조업 구역은 줄어들어 많은 어업인들이 생계 터전을 잃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기후변화로 조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조업에 방해가 되는 방식으로 해상풍력이 자꾸 건립되면, 어획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 수산물 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해상풍력을 개발하되 우리 수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담긴 특별법이 발의되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국회가 법안 논의 과정에 해상풍력 보급과 산업 육성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영향을 받는 수산업의 지속 가능성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